滿足(만족)

모든 것은 본디 점에서 태어났다. 모든 유는 본디 무에서 태어났다. 모든 수자는 본디 0에서 태어났다.

그러므로 많이 있는 것은 많이 모자라는 것과 같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왼쪽에 있는 것과 같다.

부처의 말을 옮긴 대장경에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다 하였다.

이 세상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우주 법칙을 따른다. 보이지 않는 정신 세계도 그러하다.

그것이 자연의 질서이기도 하다.

모든 것들은 0에서 분리되어 양수와 음수가 되었기에, 이 세상 어떤 물질도 쌍을 이루지 않는 것이 없다.

빛을 받는 곳이 있으므로 그림자가 생긴다. 그래서 양이 있으면 반드시 음이 있게 마련이다.

결국, 양지 없는 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양지와 음지 본디 하나다.

3,000년 전에 중국에서 사상가들이 이런 현상을 파악하고 주역을 만들었다.

주역은 양(⚊)과 음(⚋)의 이진법을 사용한 개념으로 계절이나 생로병사와 같이 자연의 주기적인 변화를

감지하는데 사용하였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점을 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1600년대 아이작 뉴톤하고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라이프니찌는 중국에서 신부로

활동하던 신부의 소개로 주역을 알게된 후, 자연의 수 체계인 이진법으로 구성한 주역에 심취하여

공부하였고, 결국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만들어냈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원자의 초소 구성요쇼인 쿼크(quark) 중 16개를 발견하고 한 개를 규명하지 못하였으나

2개씩 쌍을 이뤄, 존재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머지 한 개의 힉스 입자를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50년이 지난 2012년 스위스 CERN 연구소에서 드디어 이를 발견하고 규명해 내었다.

화학자들이 새로운 물질을 만들 때도 화학 구조식의 그림을 대칭적으로 응용하는데,

이는 결국 자연의 음양의 원칙을 이용하여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은 평형을 맞추려는 본질적 힘에 의해 작동한다.

이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자연계의 모든 것들은 이 질서에 충실히 순응하고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은 문명이 생긴 후 이 질서를 붕괴하기 시작 했다.

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도 그것을 표현한 것이 아니겠는가?

노자가 이야기한 도덕경에도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했다.

태극기 정 중앙에 있는 태극은 음과 양이 하나로 뭉쳐진 무의 존재였다. 이것은 완전한 존재이다.

그러나 빅뱅과 같은 사건으로 태극의 음과 양이 분리되면서 우주는 무질서하게 되었다.

무질서란 우리의 삶과 같은 것이다.

4는 0에서 분리되어 -4와 쌍을 이룬다.

4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4를 만나 안정을 찾으려고 한다.

사람은 문명화 되면서 자연의 완벽한 질서로부터 멀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이 완벽한 질서에 순응하기를 포기했다.

우리 인간은 -4가 +4를 만나 안정을 이루는 것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였다.

인간은 -4가 +4를 만나 0이 되었을 때 안정감을 느끼었다.

-4를 가진 사람은 끈질기게 +4값을 찾아서 만족을 얻으려 한다.

어떤 사람은 원하는 걸 찾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못 찾을 수도 있다.

못 찾은 사람은 못 찾아서 계속 찾으려 하고

찾은 사람은 +4를 만나는 순간의 쾌감을 잊지 못하고 같은 시도를 반복한다.

그러나 +4를 만나 0으로 안정된 순간 그 쾌감은 소멸하고 쾌감의 기억만 남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조건을 -5로 환원 시킨 후 +5를 찾아 더욱 큰 쾌감을 얻으려 한다.

결국 사람이 의식하는 만족이란 이와 같이 중독이라는

정신적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오직 더 큰 자극만을 반복해서 찾게 되어있다. 결국 만족할 수 있는 만족이란 없다.

철학이나 종교는 이것을 깨 닳는 학문이요 가르침임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4값이 원래 0에서 분리되었음을 알고 스스로 0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이다.

밖에서 +4값을 찾기보다는 내면을 드려다 보고 내가 원래 0 에서 태어났음을 자각하는 일이다.

4가 +4를 얻으려는 것이 욕심이요 집착이다.

나는 본래 0에서 태어났으므로 +4를 찾아야할 이유가 없고 사실 +4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본래부터 0 이었으므로 이미 완전한 존재이고 영원한 존재이다.

그것을 가로 막는 것이 눈에 보이는 자신을 자아라고 착각하는 에고이다. 주체 분별이다.

내면을 여행하면 신이 보인다. 우주가 보인다. 그리고 나와 우주가 다르지 않고

내가 곧 신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집착할 때, 보이는 자신을 자아라고 믿을 때, 끝없이 우리의 윤회는 되풀이 된다.

2012. 3          나무